|
카테고리
전체
Library - 도서관, 문헌정보 Diary - 하루하루의 일상 Free talk - 이런저런 생각 Memo - 기록과 감상 Guest book - 방명록 Secret garden - 쉿! 미분류 최근 등록된 덧글
사서를 '한가하게 커피나..
by 알랄라라 at 09/22 사서지망생입니다. 저도.. by 도보리 at 09/04 저는 지금 사서를 희망하.. by 루미얀 at 08/29 남이 보면 웃기겠지만 막.. by 유르카네 at 07/23 글을 읽으면서 사서란 .. by 유르카네 at 07/21 안녕하세요..사서교사.. by 일라이저 at 06/10 정사서가 꿈인 고등학생.. by jyr5325 at 04/16 네이버 블로그로 담아갑.. by jyr5325 at 04/16 사서가 되는게 꿈인 학.. by !! at 02/20 고등학생 때 도서부셨나.. by 칼릭스 at 11/26 최근 등록된 트랙백
estate agent
by Famvir vs valacyclov.. by Famvir. Lopressor venaflexi.. by Drug lopressor. Cytotec and postpar.. by Cytotec. Online pharmacy wo.. by Aldactone. 동맹 및 기타
이글루 파인더
|
수시철을 맞으면서 눈이 팽팽 돌아가게 정신이 없다. 올해부터 다양한 전형이 확대되면서 수시를 넣는 아이들도 훨씬 많아져서 학교가 비상이다. 매년 수시철마다 아이들 자기소개서를 보아주긴 했지만, 올해처럼 초비상사태로 본 적도 없었던 것 같다. 감기에 걸려서 머리는 지끈지끈 열이 나고, 생리통으로 허리와 배가 뻑뻑한 상황에서 머리를 150% 풀가동시키는 건 정말 괴롭다. 게다가 첨삭하는 자기소개서가 하물며 어디다 '이게 고3이 쓴 글입니다' 라고 내놓기에 엄청 부끄러운 수준의 것이라면야 더더욱. ![]()
전에도 썼지만 정말 이번 여름은 참 문필가스럽게 살았다. 되도 않는 능력으로 글을 쏟아내려다 보니 키보드를 주먹으로 내려치고 싶은 심정을 여러번 겪었다. 리뷰야 뭐, 어떻게든 쥐어짜서 쓰긴 쓰겠는데 사실 원고가 정말 어려웠다. 원래 단편 3편으로 생각했던 원고는 단편 6편으로 늘어났고, 덕분에 허벅지에 땀 차도록 앉아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썼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시작할 때는 어떻게든 될 줄 알았다. 이건 대단히 잘못된 습관이지만, 사실 나는 치밀하게 글을 쓰는 편이 아니다. 개요고 뭐고 없이 쓰고싶은 소재가 생각나면 일단 새글쓰기를 열고 퍼버벅 쓰는 형이다. 그러니까 딱 블로깅의 습성을 버리지 못하는 건데, 무려 단편을 쓸 때도 그런 형식이었다. 패러디이긴 하지만 '어떠어떠한 상황이나 장면'이 보고싶다고 생각나면 딱 그 한 컷을 위해서 줄줄줄 쓰는 편이다. 그래서 컷만화를 보는 것 같은 단절식의 연결이 두드러진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긴 했다. 그래도 뭐, 블로깅도 어찌어찌 오래 했었고 대충 내가 생각하고 느낀 바는 어떻게든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게 바로 나의 큰 오산이고 자만이었다. 이런 수다식과 감정을 토로하는 일기의 나열이 아닌, 정말 '다듬어진 글'을 쓴다는 것이 이렇게나 힘든 것인 줄 몰랐다. 차라리 논설문이나 칼럼이면 그저 간결하게 쓰기라도 하지, 단편 소설은...정말로 어려웠다. 아무리 패러디계열이라고는 해도, 내가 이렇게까지 상상력 없고 표현력 제로일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결국 난생 처음으로 메모장과 연습장을 동원해서 개요를 쓰고, 설정을 적고, 대사를 끄적이며 글을 썼다. 대략 여름동안 쓴 원고의 분량을 따져보니 200자 원고지 170장 정도 되는 것 같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을 수도 있는 양인데, 그걸 다 쓰고 난 지금은 시원함이나 끝마쳤다는 성취감보다...굉장히 부끄러워지고 겸손해지게 되었다. 내가 글을 대함에 있어서 너무 편안하게 생각했구나. 생각없이 술술 쓰고 있다고 해서 어찌어찌 될 거라고 착각했었구나. 물론 인쇄본으로 만드는 거라 더더욱 한 단어, 한 문장까지도 집착하면서 쓰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그만한 애정과 열정을 글에 쏟아본 경험이 없어서 사실 조금 신선한 충격도 있었다. 원고를 끝내고 나니 남는 후유증은 백지가 무섭다는 것이다. 새글쓰기를 열고 무언가 쓸 때가 정말 두렵다. 글 쓰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가져본 적은 없었기에 이런 상황이 조금 신기하고도 낯설다. 목욕재계를 마치고 경건하게 글을 쓰는 그런 자세까지는 못 되더라도, 글을 대하는 것에 있어서 조금 더 진지해지고 묵직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함부로 휘갈겨 썼던 글들이 어디서 어떻게 남아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지난 날 치기어린 마음으로 쏟아냈던 글들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겠고, 몇 년이 지난 후 다시 보았을 때 자다가 벽을 찰 만한 부끄러운 글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더운 여름 내내 정신없이 많은 생각과 표현을 토해내느라 지금 마음 안은 완전히 소강상태가 된 기분이다. 그렇게 쏟아낸 글들은 모두 파편이 되어 어딘가를 떠 다니겠지만, 이번 여름 나를 '글'이라는 것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 준 그 시간들에 감사한다. 글쟁이가 될 것도 아니고, 글로 먹고 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글은 역시 좋다. 일상 생활에서 늘 가까이 하고 싶다. 동시에 익숙하다고 마구 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귀하고 소중한 것임을, 이번 여름 처음으로 느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