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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결과의 발표가 날때까지는 꽤나 시간 텀이 많다. 물론 2차 준비를 해야 하는 기간이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확실히 여유가 많이 있다. 그래서 1월부터 두어 달, 노는 기간 동안 어찌어찌 사바사바(?)해서 동사무소의 행정 도우미를 하게 되었다. 정확히 내가 하는 일은 마을문고 운영과 동사무소에서 운영하는 '비타민' 공부방 아이들의 보조 선생님이다. 결손 가정 아이들 열 명 정도를 모아서 공부도 시키고 간식도 주고, 점심을 지원하는 등의 일인데 방학이라 아이들이 좀 더 일찍 나와서 생활 지도도 하게 되어 있다.
마을문고의 일은, 할 말이 없다. 내 이전 분이 얼마나 '개떡같이' 하고 가셨는지, 그냥 다 갈아엎고 있는 중이다. 전공자가 아니셨던 게 틀림없는 듯 하고, 책 배가가 제대로 안 된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 분류기호가 아예 없는 책도 제법 있다. 책의 청구기호가 대뜸 저자기호부터 나오면 어떡하냐고. 내 성대로 저걸 뒤집어 엎으려면 며칠 걸릴 것 같은데, 내 주 임무가 마을문고에 국한된 건 아니라서 속만 끓이고 있다. 원래 내 주 임무는 아이들의 공부방 보조다. 수업이 있기 전 교재나 준비물을 챙겨주고, 점심 지원해 주는 곳에 데려가서 밥을 먹이고, 간식 챙겨주고 등등, 일종의 '보모' 비슷하다고 보면 되려나. 말들은 어찌나 안 듣는지 겨우 열 명 다루는건데도 아주 그냥 정신이 없다. 조금만 눈을 떼면 자기들끼리 싸우고 떠밀고 뛰다가 넘어진다. 결손 가정 아이들이라 그런가, 확실히 아이들이 조금 거친 면이 있다. 구김없이 밝지만, 그 천진난만함의 척도가 어긋나 있다. 해맑게 웃으면서 "죽어버려"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게 그리 좋은가보다. 내가 누구의 말을 들어주고 있으면 선생님 근데요~제가 어제요~하면서 반대쪽에서 내 옷 끝을 잡고 늘어진다. 사랑과 관심이 늘 고픈 아이들이라는 게 느껴진다. 괜히 밥 먹기 싫다고 하고, 간식도 안 먹겠단다. 이유없이 떼를 쓰고, 툭하면 아프다고 한다. 한 여자애가 열이 나서 이마를 짚어주고 얼굴을 만져줬더니 너도 나도 모두 열 나는 것 같고 아프단다. 젖살도 다 안 빠져서 보드라운 볼들을 가진 그 아이들을 보면 그냥 마음 한 구석이 그렇게 짠하다. 공부방 선생님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이었지만, 주변에 몰래 좋은 일 하시는 분들이 참 많았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인근의 가게나 음식점들이 제법 많이 후원해주고 계셨다. 동네의 빵집에서는 한 주에 두 번씩 간식을 주시고, 피자집이나 치킨집, 죽집 등에서도 한 달에 두어번씩 간식을 제공하신다. 미용실에서는 공짜 커트 쿠폰을 제공하고, 태권도장에서는 무료로 태권도를 가르쳐주고. 어느 음식점은 매일 아이들의 점심을 제공해 주신다. 내가 아이들을 인솔해서 가면, 음식점의 가장 따뜻한 자리에 정갈하게 반찬을 차려놓고 기다리고 계신다. 오늘은 세상에, 갈비에 된장찌개까지 내 놓으시면서 고기를 잘라주셨다. 나야 점심은 동사무소에서 직원들과 먹으니까, 거기에선 먹지 않지만 아이들은 선생님도 빨리 먹으란다. 너희 많이 먹으라면서 제일 어린 1학년 아이 숟갈에 반찬을 얹어주는데 참 마음이 또 짠하더라. 주변에 이런 숨은 천사님들이 많았구나. 철없는 아이들은 이런 도움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고 반찬투정을 하지만, 그래도 그런 도움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모르는 그 나이라 또 행복한게지.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는데 아이들 하나하나가 그렇게 예쁘고 어떨때는 마음 아프고 그렇다. 늘 정에 굶주려 있는 아이들이라 선생님 손을 못 잡아서 안달인 그런 애들, 내 손등에 갖가지 스티커를 잔뜩 붙여놓는 아이들이 예뻐서 그 스티커를 그대로 가져와서 수첩 안쪽에 붙여두었다. 그래, 짧은 만남이든 긴 만남이든 그게 뭐가 중요하니. 너희를 만나서 내가 또 지금 행복하다는 게 중요하지. 이름인 비타민 공부방처럼, 너희도 더 자라면 비타민처럼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하면, 참 지독히도 멋없고 틀에 박힌 윤리 교과서 같은 말을 한다고 하겠지만 진짜 선생님 맘이 꼭 그렇네.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엄마랑 아기 오리 인형 셋트가 생각난다. 줄을 쭈욱 잡아당기면 아기가 엄마를 따라가는 그런 장난감 있지 않은가. 엄마 오리 꽥꽥, 아기 오리 꽉꽉. 얘들아, 줄 꽉 잡고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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