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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파인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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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손을 잡고 길을 걸을 때면 그는 언제나 항상 내 오른쪽에 서서 걸었다. 무의식의 발로였는지, 의도하고 그렇게 나를 왼쪽으로 보낸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내가 그의 오른쪽에 서 있더라도 걷다보면 어느 순간 그의 왼쪽 팔에 부딪히면서 걷고 있게 되었다. 일부러 백을 오른손에 들고 그를 무심코 나의 왼쪽으로 보내보려는 시도도 해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그는 대부분 내 오른쪽에서 걷기를, 자신의 왼쪽에 내가 있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내 오른쪽 시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그는 항상 마음 아파했다. 나야 뭐 태어날 때부터 그래서, 별로 불편함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순수하고 매사에 진심인 그에게는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한쪽 눈을 찡긋 감아보면서 "당신이 보는 세상은 이렇게 보이는군요" 라는 그의 말을 내가 잊을 수 없는 것도 사실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연애 초 흔히 늘어놓는 닭살 소리들도 여럿 있겠으나, 그는 그런 말도 했었다. 내 오른쪽 몫까지 자기가 많이 볼테니까, 왼쪽은 자기만 보아달라고. 찡하니 감동도 받고 사랑스러워서 웃었으나 성실한 그는 정말로 그 말을 실천하려는 듯 했다. 언제부터인가 데이트를 하면 그는 늘 내 오른쪽을 고집했다. 물론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 나로서는 오른쪽의 지역이 사각지대에 해당되니, 그가 있어준다면 불시에 나타나는 장애물 방지에 도움이 되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싫었다. 초점이 맞지 않는 오른쪽의 멍한 눈동자보다 생기가 도는 왼쪽 눈의 눈동자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자기 연인에게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최후의 자존심 줄다리기랄까. 나로서는 당연히 왼쪽 눈이 있는 왼쪽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그는 은근슬쩍 내 오른쪽의 위치를 고집했다. 그가 오른쪽에서 걷다 가끔 나를 내려다보는 것을 느끼면 조금은 속상해졌다.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더 나은 쪽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마음속으로만 종알종알 외치면서 나는 그의 손을 잡고 쭐레쭐레 걸어다녔다. 걷다가 약간 시무룩해지는 기분도 들 것 같을 때, 그가 큰 손을 머리에 얹고 쓰다듬어주면 그래도 사랑받고 있구나 하는 마음에 다시 기뻐졌다. 그와의 이별 후에는, 드디어 백을 오른쪽으로 들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오른쪽으로 백을 들던 습관이 있던 나로서는 그와 만나는 동안 왼쪽으로 들고 다니느라 불편했는데 이제는 부담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편한대로 백을 들다가도 가끔, 이렇게 높은 여름의 햇살이 내려비칠 때면 그 싱그런 여름을 닮은 미소를 지닌 그가 옆에서 걷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가 내 왼쪽에서 걸어주기를 내심 바랐지만 끝끝내 오른쪽을 우직하게 걷던 약간은 고집스러운 그 콧날과 큰 키가. 그가 오른쪽에 있어서 약간 시무룩하기는 했어도, 사실은 그 듬직함과 나에 대한 배려가 그대로 와닿아서 그건 그것대로 행복했던 그 알싸한 추억이.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그때의 나는 그가 오른쪽에 있든 왼쪽에 있든 어느쪽이든 그저 행복했을 것이다. 싱싱한 여름의 한가닥 바람이 머리 위로 한바퀴 불고 지나가면, 그 시절 상냥한 그의 마음이 떠올라 그렇게 같이 들뜨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의 왼쪽, 그리고 나의 오른쪽, 우리 사이에 부드럽게 불어오던 행복했던 시절의 바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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